남편과 만난지 6개월만인 2018년 2월 결혼한 나
뭐가 그리 급했던지 초고속으로 결혼한 우리 부부는,
"1년은 둘이 연애하듯 살자"라고 했더랬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여서였을까?
(결혼할 때 나는 만 32, 남편은 만 31였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를수록 왠지 모를 압박감과 조바심이 나를 옥죄어왔다.
결국 결혼 6개월 후, 나는 배란테스트기와 임신테스트기의 노예가 되어있었다.
왜들 그렇게 집착(?)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던 과거의 나를 질책하며,
'나 혹시 난임일까?'
'혹시 불임은 아닐까?'
고민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시간들..
맘카페에 수시로 들락거리며 글을 쓰고 댓글을 보고, 검색하며 그렇게 보내는 하루 하루..
그렇게 2018년은 단 한번의 "두줄"도 보지 못한 채 끝이 났다.
그리고 2019년 1월 1일,
나는 그동안 쟁여두었던 모든 배테기와 임테기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집착하지 말자"
'마음을 편히 가져야 임신이 잘된다'며 오지랖(처럼 느껴졌다) 부리는 사람들이 마냥 미웠다.
마음을 편히 가지는게 마음대로 될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남들이 말하던 '내려놓기' 후 맞이한 첫번째 결혼기념일에
남편과 함께 2박 3일 부산 여행을 다녀왔다.
날이 춥기도 했지만, 된통 걸려버린 감기 몸살에 호텔방에서 침대에 누워 죽을 먹고,
다음날 아침엔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겨우 힘을 내 끝마친 여행
그렇게 일주일이 흐르고,
생리 예정일을 하루 앞둔 2월 15일 오전,
"임신이 아니면 목욕탕이라도 다녀오자"며 임신테스트기를 해본 순간,
두 눈을 의심하게 만든 첫 "두줄"
(분명 임테기 다 버렸다고 했는데.... 너무 많았는지 어디선가 굴러나오더라....)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작년에는 그렇게 애를 써도 안되던 임신이 이렇게 쉽게(?) 된다고?
그리고, 두줄을 확인하자마자 쏟아지는 걱정,
감기에 걸린 2월 1일부터 바로 어제까지 감기약을 들이부었기에 걱정이 태산이었다.
매일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락거리던 맘카페에
답정너처럼 올라오는 "임테기 반응 봐주세요" 글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었다.
내가 그 상황이 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멀쩡한 내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아서,
누군가로부터 확인이라도 받고 싶었나보다.'
그리고 나는, 지난날의 내 자신을 비웃듯,
어느새 글을 올리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뻔한 질문에 답변해준 세분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리고 서둘러 사온 임신테스트기로
여러차례 임신을 확인 또 확인받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아직은 손톱만한 세포에 불과하지만
곧 심장이 뛰고 팔다리가 솟아날 "아기"의 엄마가 되는줄로만 알았다.